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祖父 - most beloved

x-agapao™ 2008. 10. 29. 18:04

2004.10.10 23:07


어렸을 적 추억이야기를 하나 꺼내자면,
6살쯤이었을 것이다.
두살 아래의 사촌동생과 한참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가,
그 녀석이 내 등을 물었다.
(상상이 가는가? 얼마나 억센 녀석이면 등을 물 수 있는지...)
여튼 난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다시피 했고,
그 사촌동생은 어머니께 혼나다가,
이 사실을 알게된 외할아버지한테 호되게 맞았다.
(4살박이가 맞을데가 있었을까..-_ㅡ?)

위의 사진이 내 기억속에서 그런 모습으로 남아계신 외할아버지이다.

그 나이에 쉽지 않았을 대학을 나와서,
공무원으로 40년의 인생을 정말 대쪽같이 살으신,
6남매의 아버지이시다.
안목있는 유학자로써, 항상
'교회다니는 너희가 모범을 보이면 내가 교회 간다.'
하시는 마음이 곧으신 분이시다.

난,
맏이인 우리 어머니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들로,
그러니까 사내아이인 첫 손주여서,
좀더 귀여움을 받고 자랐다.
할아버지가 먹는 약이 맛있어서 약을 조금 남겨 받아 먹기도 했고,
어린애라면 당연히 싫어할 '박하사탕'도 어쩌면 할아버지 덕분에 좋아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십여년전 퇴직을 하시고,
외할머니를 여의신 후,
막내삼촌의 두 딸,
귀여운 두 손주들의 응석을 받아주시면서,
아주 건강하게 지내셨는데,
몇년전부터 방에 자주 눕더니 몸이 안좋아지시기 시작했다.
(작년엔 정말 안좋아서 몇달간 병원신세를 지셨다.)
다행히 많이 호전되었지만,
아직 거동이 불편하시다.

추석 때 아들과 딸이 오니 집앞뜰을 단장해야 겠다는 생각에,
불편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잡초를 뽑으셨다.

집으로 오는 날,
가는 우리가 그리워,
집앞까지 나오시던 그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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