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Articles/讀書_Scrap

처음_ 엄마를 부탁해

x-agapao™ 2010. 8. 5. 02:17

    신경숙 저

     섬세하고 깊은 성찰, 따뜻한 시선의 작가 신경숙이 절정의 기량으로 풀어낸 엄마 이야기, 엄마를 통해서 생각하는 가족 이야기, 가장 큰 사랑 이야기.

     세상 모든 사람은 엄마의 자식, 우리 모두에겐 나만의 엄마가 있다. 때로 좋기도 밉기도 고맙기도 원망스럽기도 한, 그러나 굳건한 땅처럼 분명하고 단단한 엄마. 어느날, 그 엄마를 잃어버린다. 나이 들고 몸도 성치 않은 엄마를. 서울 사는 자식들 편하라고 아버지 생신을 치르러 시골집에서 올라오던 길, 지하철 서울역에서 아버지 손을 놓친 찰나, 엄마는 꿈처럼 사라진다. 전단지를 돌리고 인터넷 광고를 하고 엄마를 보았다는 사람들을 찾아 온 식구가 사방을 헤매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가족들은 비로소 가장 낯익은 존재가 가장 소중한 것임을, 공기처럼 물처럼 대지처럼 자신과 함께 있어준 엄마의 무게를, 엄마의 빈 자리를 통해 확인한다.

     엄마의 모든 소망과 꿈을 먹고 자란 큰아들, 친구처럼 의지하며 무람없던 큰딸, 자식 기르는 기쁨을 알게 해준 작은딸, 평생 살림의 책임을 떠안기며 밖으로만 돌던 아버지 들이, 엄마의 부재를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아프게 쏟아낸다. 이야기 속에서 식구들은 각자 자기만의 엄마를 추억하고, 그 속에서 조금씩 낯설지만 진정한 엄마의 모습을 발견해간다. 하나의 사람으로,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꿈과 소망을 안고 웃고 울고 기뻐하고 사랑하고 생명을 낳고 힘을 다해 키워낸 사람,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다른 사랑을 마음으로만 품은 한 사람, 한 여성으로서의 엄마를. 엄마는 끝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과연 엄마는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했을까. 어딘가에서 엄마는 온전히 존재할까. 우리 가슴속에 잠자는 가장 깊은 사랑을 일깨우며 진짜 감동을 전해주는 귀한 소설. 오늘, 우리 엄마가 그리워진다!

 스무살의 그엑 졸업증명서를 가져다주려고 무작정 서울행 기차를 타고 온 엄마와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워 잔 그 숙직실, 그가 엄마와 그렇게 나란히 누워본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거리를 향해 난 바람벽으로 찬바람이 쿨렁쿨렁 새어들어왔다. 나는 벽 쪽에 누워야 잠이 잘 온다, 엄마가 일어나더니 그와 자리를 바꿨다. 바람 들어오는데...... 그가 일어나 벽 쪽으로 가방과 책을 쌓아올렸다. 벗어놓은 옷가지도 쌓아올렸다. 괜찮다니까 그러는구나, 엄마가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서 자라, 낼 또 일해야 할 틴디.
 - 서울 처음 보니 어떠세요?
 숙직실 천장을 보고 나란히 누워 그가 묻자 별것 아니구나, 엄마가 웃었다.
 - 너는 내가 낳은 첫애 아니냐. 니가 나한티 처음 해보게 한 것이 어디 이뿐이간? 너의 모든 게 나한티는 새세상인디, 너는 내게 뭐든 처음 해보게 했잖어. 배가 그리 부른 것도 처음이었구 젖도 처음 물려봤구. 너를 낳았을 때 내 나이가 꼭 지금 너였다. 눈도 안 뜨고 땀에 젖은 붉은 네 얼굴을 첨 봤을 적에...... 넘들은 첫애 낳구선 다들 놀랍구 기뻣다던디 난 슬펐던 것 같어. 이 갓난애를 내가 낳았나...... 이제 어째야 하나...... 왈칵 두렵기도 해서 첨엔 고물고물한 네 손가락을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했어야. 그렇게나 작은 손을 어찌나 꼭 쥐고 있던지. 하나하나 퍼주면 방싯방싯 웃는 것이...... 하두 작아 만지면 없어질 것도 같구. 내가 뭘 알았어야 말이지. 열일곱에 시집와 열아홉이 되도록 애가 안 들어서니 니 고모가 애도 못 낳을 모양이라 해쌓서 널 가진 걸 알았을 때 맨첨에 든 생각이 이제 니 고모한티 그 소리 안 들어도 되네, 그게 젤 좋았다니깐. 난중엔 나날이 니 손가락이 커지고 발가락이 커지는디 참 기뻤어야. 고단할 때면 방으로 들어가서 누워 있는 니 작은 손가락을 펼쳐보군 했어, 발가락도 맨져보고. 그러구 나면 힘이 나곤 했어. 신발을 처음 신길 때 정말 신바람이 났었다. 니가 아장아장 걸어서 나한티 올 땐 어찌나 웃음이 터지는지 금은보화를 내 앞에 쏟아놔도 그 같이 웃지는 않았을 게다. 학교 보낼 때는 또 어땠게? 네 이름표를 손수건이랑 함께 니 가슴에 달아주는데 왜 내가 의젓해지는 기분이었는지. 니 종아리 굵어지는 거 보는 재미를 어디다 비교하겄니. 어서어서 자라라 내 새끼야, 매일 노랠 불렀데. 그러다 언제 보니 이젠 니가 나보다 더 크더구나.

 이번 전주 여정에 무심코 한 손에 들고나간 책. 내려가고 올라오는 차에서 지하철에서 하루동안 읽었다.
 한 번의 막힘없이 끝까지 읽도록 하는 신경숙씨의 솜씨에 감동하였고, 2인칭, 3인칭의 화자가 결국은 전지적 성격의 1인칭 화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이라는 것에 한 번 더 놀랬다.
댓글